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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 열풍에 유통街, '캐릭터' 전쟁 재점화


캐릭터 협업 상품 제작·판매 넘어 자체 캐릭터 개발 나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지난해 12월 21일. 직장인 임 모씨는 이랜드 SPA 브랜드 '스파오'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펭수'와 손잡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소식에 이날 오전 내내 이랜드몰 홈페이지에만 들락날락 거렸다. 펭수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의 부탁으로 수면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제품 판매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랜드몰 홈페이지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접속 대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다행히 제품을 구입해 아이들에게 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사진=이랜드그룹]
[사진=이랜드그룹]

지난해부터 EBS 펭귄 크리에이터인 '펭수'의 인기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국내 캐릭터 사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미키마우스', '겨울왕국', '스타워즈' 등 외산 캐릭터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었으나, 몇 년 전부터 '뽀로로', '또봇', '핑크퐁', '아기상어' 등 영유아 시장에서 연이어 성공 사례가 나오며 국내 업체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최근에는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성인들도 좋아하는 캐릭터 제품들이 속속 나온 데다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는 '펭수'의 등장으로 캐릭터 시장은 더욱 들썩이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도 캐릭터와의 협업 상품 제작을 넘어 최근 '캐릭터' 사업 강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캐릭터를 통해 영화 등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해 의류·팬시·완구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충성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 중 캐릭터 사업에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이마트다. "세상에 없는 일류 기업이 되려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맨' 등 자체 개발한 콘텐츠를 앞세워 '영화' 산업 진출까지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자본금 1천만 원을 들여 영화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인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투자자 유치, 제작, 배급 등 영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영화 개봉이 완료되면 청산된다. 이마트는 이 영화가 개봉되면 의류·팬시·완구 등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하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 구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시나리오 각색 단계로, 개봉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은 2022년쯤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 만큼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나리오부터 신중히 각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렉트로맨' 영화에 투자키로 한 것은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고객에게 꿈 같은 기억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 창조를 통해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하고, 상품·점포·브랜드 등 모든 콘텐츠를 다양한 스토리로 연결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가 선보인 캐릭터 '일렉트로맨' [사진=이마트]
이마트가 선보인 캐릭터 '일렉트로맨' [사진=이마트]

또 이마트는 지난달 초 왕십리점에 '샤이릴라' 캐릭터 전문점을 숍인숍 형태로 처음 열었다. '샤이릴라'는 이마트가 직접 만든 캐릭터로, 제품은 의류·리빙·문구 등 200여 종의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이마트 43개 점포에서도 '샤이릴라' 캐릭터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왕십리 1호점 매출 호조로 다른 점포 출점도 추가 물색 중"이라며 "재미있는 캐릭터 개발을 통해 성인 고객들에게 재밌는 상품과 매장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세븐일레븐, 롯데면세점 등 유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캐릭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인공지능 결제로봇 캐릭터 '브니'를 일부 자체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로 활용하고 있으며,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5년 5억 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탱키 패밀리 캐릭터'로 중소기업들과 손잡고 리빙·문구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 패키지에 '브니'가 적용된 파우치음료 13종과 수세미·위생백·종이컵 등 생활용품 17종을 판매하고 있다"며 "'브니' 캐릭터를 적용한 상품들의 매출 신장률은 기존 제품군(8.0%) 대비 2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도 지난해 2월 콘텐츠 라이선스 전문기업 '히어로즈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인기 제품인 '빼빼로(빼빼로 프렌즈)', '칸쵸(카니, 쵸니)', '말랑카우(말랑이)' 캐릭터의 마케팅 활용도를 높이고 다양한 산업에도 진출해 판권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이에 롯데제과는 지난해에만 대표 캐릭터들을 앞세워 의류(엘레쎄), 생활용품, 놀이기구(키즈라이더), 문구(변신로봇), 리조트(캐릭터 객실), 봉제인형, 폰케이스 등 다양한 상품들과 협업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새로운 캐릭터와 노래, 이모티콘 등도 적극 개발할 것"이라며 "캐릭터 굿즈를 지속 개발하고 인기 브랜드를 활용한 캐릭터 소재도 더 다양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신비아파트' [사진=CJ ENM]
뮤지컬로 재탄생한 '신비아파트' [사진=CJ ENM]

CJ그룹은 CJ ENM 애니메이션 사업부를 통해 자체 캐릭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어린이 채널 1위 '투니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어린이용 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선보인 후 지금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비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신비아파트'는 CJ가 선보인 최초의 호러 애니메이션으로, 지난 20년간 시청자 분석 데이터 및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CJ ENM은 원작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자 뮤지컬과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완구·가방 등 캐릭터 상품, 외전 실사 드라마, 도서 등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면서 흥행을 이어갔다.

이랜드는 계열사인 올리브스튜디오를 통해 캐릭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리브스튜디오는 지난 12년간 '코코몽'을 비롯해 '따개비 루', '동화나라 포인포' 등을 선보여 국내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호응을 받았고, 이랜드그룹의 패션·유통·외식·호텔·테마파크 사업과 연계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으로도 출시됐다.

이처럼 유통 대기업들이 캐릭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관련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5년 2조7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2조2천8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각 캐릭터들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월트디즈니가 만든 '미키마우스'는 연간 수익이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뽀로로'의 경우 상표 가치는 8천억 원, 경제적 효과는 5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펭수'는 이를 뛰어 넘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캐릭터 산업은 소비자층 확대 전략을 앞세워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 할 수 있는 독자적 산업 분야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통업체들이 신규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캐릭터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캐릭터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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