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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주가치 뒷전인 KCGI-한진, 아전인수 피로감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체제를 강화해 경영 상태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

한진그룹뿐 아니라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주주연합) 모두가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기업 경영에 참여를 하고, 재무구조가 좋지 않으면 경영 상태를 개선하고,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니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주장을 두고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먼저 양측 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 다만 한진그룹 측은 현재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축돼 있다고 얘기한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등이 유관 경력 30년 이상의 전문가들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주연합 측은 한진그룹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오너경영인 체제에서의 폐해를 한진그룹이 보여줬다고 판단해서다. 한진그룹은 '물컵 갑질', '땅콩 회항', '크리스마스 소동' 등 오너리스크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항공 분야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조직 관리와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제안했다.

한진그룹의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와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왕산마리나 등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양측 모두 그 필요성에 있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KCGI 측이 먼저 지난해 1월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그룹 측에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 부문들에 대한 정리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발표한 '비전2023'에 송현동 부지 매각과 파라다이스호텔에 대한 검토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물론 한진그룹은 송현동 부지에 대한 지난해 연내 매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KCGI가 지난 1월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주주연합을 구성하고 내달 열릴 예정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공동 행동에 나설 뜻을 밝히자, 한진그룹은 지난 7일 한진칼 이사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등을 매각하겠다고 했다.

같은 주장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며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근거 자료도 입맛대로 끌어와 주주들의 판단에 혼란을 주고 있다.

KCGI는 지난 18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의 압도적 부채비율 861.9%를 제시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64%로 제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후 2조1천8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을 경우를 상정한 수치인데,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오른쪽 아래에 아주 작은 문구로 이러한 설명을 넣었다.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909.2%라는 점에서 의도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 비교 대상이었던 해외 주요 항공사들도 이미 구조조정을 마치고 체질이 개선된 미국과 유럽 중심이라 단순 비교하기 어려웠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 자료로 한진그룹 측이 제시한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증명하기 위한 해외 주요 항공사들과의 영업이익률 비교도 그 대상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해외 항공사 4곳과 비교했는데 대한항공과 동등 비교할 수 없는 대상, 영업이익률이 좋지 않은 대상들만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양측 다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양측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3월 열릴 주총 전 이러한 대립각의 날을 더욱 세웠다. 주주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데, 진전되는 것 없이 평행선만 달리는 이러한 다툼이 주주들에게 괜한 피로감만 주는 것 아닌지 우려가 된다.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은 온데간데 없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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