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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펨토미터' 초미시세계를 들여다본다


국제공동 ALICE 실험팀, 거대강입자가속기로 펨토스코피 기술 완성

기묘한 입자 중에 가장 희귀한 오메가 하이퍼론(왼쪽)과 양성자(오른쪽)와의 상호작용을 예술적으로 상상한 그림.[출처=CERN]
기묘한 입자 중에 가장 희귀한 오메가 하이퍼론(왼쪽)과 양성자(오른쪽)와의 상호작용을 예술적으로 상상한 그림.[출처=CERN]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나노미터보다 백 만배 더 작은 펨토미터의 세계. 쿼크나 글루온, 양성자, 중성자 등 물질의 가장 작은 영역인 초미시세계에서 물질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입자를 형성하는 것일까? 펨토미터 단위의 세계를, 이론을 뛰어남어 실험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펨토스코피 기술이 국제공동프로젝트로 개발됐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해 입자간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국제공동프로젝트인 'ALICE' 연구팀은 최근 1펨토미터(1나노미터의 백만분의 1미터) 정도의 초미시세계를 탐사할 수 있는 펨토스코피(femtoscopy) 기술을 완성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논문명: Unveiling the strong interaction among hadrons at the LHC)

이제까지 관찰할 수 없었던 펨토미터 영역을 탐사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강한 핵력이 작용하는 초미시 세계에서 입자간의 강한 상호작용(강력)에 대한 새로운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ALICE 프로젝트 한국 연구팀 대표.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출처=한국연구재단]
ALICE 프로젝트 한국 연구팀 대표.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출처=한국연구재단]

◆ALICE, 원시우주의 물질 상호작용 연구

ALICE 실험은 CERN의 거대강입자 가속기(LHC)를 이용한 네 개의 대형 국제공동실험(CMS, ATLAS, ALICE, LHC-b)중 하나다. 힉스입자 발견에 기여한 CMS가 표준모형의 입자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한다면 ALICE는 이들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생기는 물질에 대한 연구가 주이다. 핵과 핵을 충돌시켜서 우주초기의 굉장히 밀집되고 높은 에너지 상태, 즉 빅뱅과 유사한 상태를 재현해 원시상태에서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이다.

ALICE 실험에는 39개국, 175개 기관의 1천900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8개 연구기관(강릉원주대, 부산대, 세종대, 인하대, 연세대, 전북대, 충남대, KISTI) 40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연구팀을 대표하는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질 자체의 구성입자(빌딩블락)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결합시키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호작용에 대한 호기심이 ALICE 실험의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빅뱅 후 백만 분의 1초에 형성됐을 원시 우주를 재현하고 관찰함으로써 우주 초기의 물질의 생성과정과 상호작용을 밝히고, 이를 통해 우주의 진화과정을 예측하는 것"이 ALICE 프로젝트의 목표다.

◆펨토미터 영역을 들여다보다

물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입자는 양성자와 중성자이다. 이들은 강하게 결합되어 안정된 핵을 구성한다. 이보다 더 작은 세계에서는 쿼크라 불리는 입자들이 결합해 양성자나 중성자를 만든다. 물질의 상호작용은 쿼크나 글루온처럼 작은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비롯된다. 쿼크의 결합,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 등을 가능하게 하는 강한 힘을 강력(핵력)이라고 부른다.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이, 쿼크들이 강력을 통해 뭉쳐진 입자들을 강입자라고 하는데 이러한 강입자 간의 상호작용은 격자양자색역학(Lattice QCD)이라는 방법으로 계산한다. 문제는 이를 실험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무척 힘들기 때문에 계산 결과를 실험으로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벽을 뛰어넘은 중요한 실험적 결과다.

ALICE 팀은 이번 연구에서 양성자간 충돌에서 생성된 강입자간 운동량 차이를 측정하는 기술을 사용해 하이퍼론과 핵자(양성자나 중성자) 사이의 강상호작용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하이퍼론은 무거운 쿼크 중의 하나인 기묘쿼크를 포함하는 강입자다.)

두 양성자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하게 되면, 좁은 공간에서 높은 에너지밀도가 형성되면서 많은 입자들이 생성된다. 이 때 생성된 두 입자의 운동량 상관관계는 이 입자들이 만들어진 생성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 정보를 통해 알고자 하는 두 입자의 상관관계를 구할 수 있다. 이 상관관계 함수를 바탕으로 두 입자의 파동함수와 포텐셜 함수가 결정된다. 포텐셜 함수는 두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거리에 따라 나타내는 함수이다.

이 때의 거리 단위는 펨토미터(fm)다. 1미터를 1억 등분한 작은 조각을 다시 천만 등분한 정도의 크기다. 이는 원자 크기의 10만분의 1 정도로서 전자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초미시세계의 영역이다. ALICE 실험팀은 이번 연구에서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희귀한 하이퍼론인 오메가(Ω) 입자와 양성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우 정밀하게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강력이 작용하는 영역인 1펨토미터 정도의 초미시세계를 탐사할 수 있는 펨토스코피(femtoscopy) 기술이 완성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진희 교수는 "현재까지 하이퍼론과 같은 불안정한 입자들의 상호작용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가능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서 거의 모든 종류의 하이퍼론과 양성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초미시적인 세계에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향후 높은 휘도와 에너지로 업그레이드되는 LHC 실험을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강입자 상호작용을 살펴봄으로써 초미시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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