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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통신비 납부 내역으로 신용점수 올릴 수 있을까?


비금융 정보 신용평가사에 제출하면 신용점수↑

 [그래픽=아이뉴스24 DB]
[그래픽=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최근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 A씨. 출근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를 좀 해서라도 회사 근처에 방을 얻어 보려 한다.

부푼 마음으로 은행을 방문한 A씨. 하지만 은행원으로부터 들은 대답은 "고객님 그만큼은 대출이 어려워요". 신용점수가 낮은 탓에 A씨가 원하는 한도와 금리로는 대출을 해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척이나 실망했지만, 그래도 '한 번 알아나 보자'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신용점수 올리는 법'을 검색해본다. '신용카드 열심히 쓰면 돼요' '대출 잘 상환하니 알아서 오르던데요?' '현금서비스 받지 마세요!' 등의 글이 나온다.

"대출부터 받아야 뭘 갚든지 말든지 하지". 한숨을 내쉬던 찰나, 눈에 띈 글 하나. '통신비 납부 내역 제출하니까 바로 오르던데요?'. 그의 눈이 반짝인다.

◆ 중요한 건 '얼마나 성실히 상환했는가'…건강보험료·국민연금 납부 내역도 '비금융 정보'

정말 통신비 납부 내역을 신용평가사에 보내면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신용'이 아닐까 싶다. 신용이 부족하면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다. 생활 필수품인 신용카드도 이용이 어렵다. 그만큼 신용은 중요하다.

연체 없이 대출금을 잘 상환하고, 신용카드 대금도 성실히 납부하면 신용 점수가 떨어질 일은 없다. 그래도 아쉽다. 좀더 주체적으로 신용점수를 올릴 방법은 없을까?

최근 각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니즈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플랫폼에 신용점수 올리는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공인인증을 거쳐 신용평가사에 나의 통신비 납부내역이 제출되면, 신용평가회사가 이를 바탕으로 신용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이다.

개인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같이 비금융 정보가 플랫폼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면 납부 실적 등을 분석한다"라며 "얼마를 사용했는가보다는, 일정 기간 매달 부과된 요금들을 연체 없이 잘 납부를 했느냐를 중점적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이는 '가점'으로 분류됐었지만, 신용점수제가 시행되고 나선 아예 평가 항목이 된 덕에 배점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얼마나 성실히 갚았느냐'다. 많은 금액을 한 번에 갚았다고 신용평가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소액이라도 밀리지 않고 갚는 게 중요하다. 신용평가사와 A씨는 생전 만나본 적이 없다. A씨가 아무리 주변에서 성실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도, 신용평가사는 '납부 이력'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논리로 통신비 말고도 다른 요금 납부 내역을 신용점수를 올리는 데 제시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출시한 '네이버페이 신용관리'에선 ▲국세청 ▲국민연금 ▲건강보험 ▲통신사 등 4개 기관의 비금융 정보를 제출할 수 있는데, 이는 '나이스 신용점수'에 즉시 반영된다.

카카오뱅크의 '신용점수 올리기'를 통해서도 고객의 건강보험납부 내역과 세금납부 내역 등 '비금융정보'이 공인인증서 인증을 거쳐, 건강보험공단과 국세청에서 신용평가사로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해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이력 부족자'나 중·저신용등급의 고객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출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서비스는 금융이력부족자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소위 '씬 파일러(Thin Filer)'라 불리는 이들은 금융회사와 거래한 정보가 많지 않아, 신용도를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보통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은퇴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출을 심사할 땐 차주의 신용도가 주요한 지표로 들어간다. 때문에 씬 파일러들은 높은 금리를 적용받거나, 대출 시 한도가 제한될 수 있다.

신용점수제로 전환되기 전인 지난 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금융 이력 부족자로 분류된 이들은 모두 1천271만5천748명이다. 전체의 약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인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금융회사와의 거래 정보를 위주로 신용평가가 이뤄졌는데, 그러다보니 사회 초년생 등 씬 파일러들에 대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휴대폰은 다들 기본적으로 사용하니, 통신비 납부 내역을 바탕으로 이들의 문턱을 낮춰줘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비 납부 내역으로 신용을 평가한 후 이를 곧장 대출 금리에 반영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핀테크 플랫폼 '핀크'의 '티(T)스코어는 요금제, 통화 및 데이터 사용량, 멤버심 등급, 가입기간, 통신요금 연체여부, 소액결제금액 및 건수 등 휴대폰 이용 정보를 점수화하는 서비스다.

핀크는 이러한 T스코어를 기반으로 한 '대출 비교 서비스' 운영 중이다. 같은 금융회사의 상품이어도 통신점수에 따라 최대 1%의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전문가 "할부 데이터도 신용평가에 쓰일 수 있어"

신용평가사들은 앞으로도 통신비 같이 신용평가에 사용할 수 있는 비금융 정보를 계속해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경제 생활을 하면서 납부하는 요금 중 어떤 항목이 신용평가에 유의미하게 반영될 수 있는지 찾는 작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계 전문가는 '상환에 대한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라면 얼마든지 신용평가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파트 관리비나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 유틸리티 비용같이 정기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용카드 할부 데이터에서도 지불 의지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평가 시 개인의 소득 정보나 금융 거래 시 연체가 있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이런 정보와 함께 '할부 데이터'도 신용 평가에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연체 없이 성실히 갚아나갔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매장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점도 좋은 소식이다. 마이데이터란 기업과 기관에 산재한 개인의 신용정보를 정보의 주인인 개인이 결정하는 자기정보결정권을 강화하는 개념이다. 사업자는 금융, 유통, 통신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은 고객 동의를 얻어 개인의 정보를 통합하고 관리해줄 수 있다. 보다 많은 비금융 정보들을 가져올 길이 생긴 것이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의 법적 근거가 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비금융전문 신용평가사(CB), 개인사업자CB 신설 등으로 금융이력부족자, 자영업자의 신용평가상 불이익이 해소될 것으로 봤다. 특히 1천100만명의 청년, 주부 등 금융이력부족자와 660만명의 자영업자의 신용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비금융전문개인신용평가업,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 등에 대한 신규 허가 절차를 진행한다. 4월 이후엔 한 달 간격으로 매월 3주차에 신규 허가를 정기적으로 접수할 계획이다.

정책의 효과를 보다 높이기 위해선 이종사업자 간의 교류를 다소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 교수는 "데이터가 많이 들어갈수록 부가가치가 있는 정보들이 창출되는데, 현재 동종 업계끼리는 교류가 활발한 반면, 이종 산업 간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받은 사업자들이 일정 기간 데이터를 교환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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