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을 보완하고 노후 연금 수급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수혜자의 97%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실질적인 연금 수급권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사후 산입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출산크레딧 수혜·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6년 6월 누계 기준 출산크레딧 수혜자는 총 1만2052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1만1667명으로 전체의 96.8%를 차지했다. 여성은 385명으로 3.2%에 그쳤다.
지급액에서도 성별 격차가 뚜렷했다. 전체 지급액 27억8100만원 가운데 남성에게 지급된 금액은 26억9900만원에 달했다. 여성에게 지급된 금액은 8200만원에 불과했다.

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여성 수혜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처음으로 여성 수급자 2명이 발생했지만 이후에도 남성에게 수혜가 집중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부 간 출산크레딧 배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2021년 배분합의서 등록이 전산화된 이후 한쪽 배우자에게 출산크레딧 전액을 배분하기로 합의한 사례는 총 3506건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에게 전액을 귀속한 사례가 3385건으로 96.5%를 차지했다. 여성에게 귀속된 사례는 121건, 3.5%에 그쳤다.
이는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기간이 길어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을 이미 충족한 남성 배우자에게 크레딧을 합산하는 것이 당장 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출산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되거나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한 여성들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출산 경험이 있지만 최소 가입기간인 120개월을 채우지 못해 노령연금을 받지 못한 여성의 규모를 별도로 집계·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출산크레딧은 출산 시점이 아니라 노령연금을 청구할 때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사후 산입’ 방식이다. 이에 따라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돼 가입기간 자체가 부족한 여성의 연금 수급권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입기간 부족으로 노령연금 대신 반환일시금을 선택하는 경우 출산크레딧이 실질적인 수급권 확보 수단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출산 시점에 크레딧을 즉시 가입기간에 반영하는 ‘사전 산입’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관련 분석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의 가족관계 정보를 상시 전산으로 관리하기 어렵고 부부 간 크레딧 배분 비율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전 산입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실제 연금 수급권을 새롭게 확보할 수 있는 대상 규모 등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 의원은 “출산의 고통과 경력단절 부담을 직접 겪은 여성들이 정작 노후 연금 보장에서는 배제되고 있다”며 “출산 당사자의 노후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출산 시점에 크레딧을 즉시 산입하는 사전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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