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기] 철갑상어, 양식업자, 그리고 법의 여신…우화로 풀어본 소리바다2 해법

 


최근 소리바다 개발자 양씨형제는 '소리바다2'를 발표하면서 법원의 가처분결정이래 중단되어온 음악파일 공유서비스를 부활시켰다.

이로써 소리바다 논쟁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되었다. 공유정신을 주창하는 네티즌들은 승리의 깃발을 온라인 게시판 곳곳에 휘날리고 있고, 음반협회측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바다를 흙으로 메꾸어 버리는 그날까지 싸우겠노라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와 중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다름아닌 심판으로서 위신이 추락한 법원 시스템이다. 소리바다2의 등장은 이미 WinMX, e동키로 인해 의식을 잃어가던 가처분결정의 기능을 완전히 뇌사상태에 빠지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리바다 논쟁은 비단 디지털 콘텐츠 업계, 네티즌들의 운명뿐만 아니라 법원의 미래 모습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양씨 형제는 소리바다2를 선보이면서 최초 접속 창에 "철갑상어"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들이 어떤 문제의식 하에 철갑상어라는 명칭을 붙였는지 아니면 즉흥적으로 생각해냈는지 필자는 알 수 없으나, "철갑상어"가 의미하는 상징적 의미로부터 본 논쟁을 풀 실마리를 찾아 낸 필자의 생각을 우화체로 나누고자 한다.

필자의 종전 글 소리바다그밀물과썰물을 읽어 본 독자들은 필자가 결론 부분에서 음반사들의 강과 네티즌들의 바다 사이를 오가는 회유어종인 연어로부터 지혜를 구해보자고 했던 걸 떠올리시며 저의 동화 세계에 동참해 주셨으면 한다.

강의 양식업자들

태초에 양식업은 없었다. 오프라인 강 속 물고기들은 그들만의 먹이 사슬에 따라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작은 물고기는 더 작은 물고기를, 다시 플랑크톤을 먹으며 살았다.

그러다 양식업 기술이 생겨 대량의 규격 사료가 강에 뿌려지게 되자 서서히 옛 먹이 사슬은 붕괴되고 물고기들 중 다수는 양식업자가 주는 사료에 길들여지거나 이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연을 잃고 정해진 양식장 구역 내에서 살아갔다. 물론 개중에는 사료를 거부하고 모래무지같이 강 속 언더월드로 빠져드는 물고기도 출현하고, 장어처럼 힘들지만 해커 바다로 도망친 무리도 있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기획된 사료에 적응된 송어, 향어가 강물속 세계에서 크게 위엄을 떨치고 붕어, 잉어들과 같은 고전적 물고기들은 한 켠으로 밀려난 분위기였다. 양식업자들은 조미료와 같이 입맛을 사로잡는 사료 제공을 통해 그리고 그렇게 해서 커 간 송어, 향어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소리 바다의 개통

그러던 어느 날 소리바다가 생겼다. 세상에 강만 있는 줄 알던 일반 물고기들에게 소리바다의 출현은 충격이었다. 바다에는 공유산소가 매우 풍부하였고 강물과의 교류로 양식업자들이 뿌린 사료들이 유입되어 수백 배, 수천 배로 증식되어 가는 것이었다.

이제 디지털 소금맛에 적응해간 물고기들은 하나 둘 강에서 바다로 헤엄쳐 갔다. 옛 생태환경이 복원되어 감에 따라 종래 강에서 소외된 물고기들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옛 먹이들을 다시 맛보게 되었다.

강의 양식업자들은 크게 놀랐다. 예전같이 송어, 향어가 잘 자라지 않는 데다 열심히 새로운 사료를 고안해 보았자 소리바다 물고기가 강으로 역류해와 해적질 해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양식업자들은 그들이 옛날에 붕어, 잉어, 쉬리 뭐라고 불렸건 이제는 소리바다로 간 이후에는 상어떼로 돌연변이되었다고 주장했다.

강과 바다 사이에 쳐진 법의 망

그러자 강의 양식업자들은 자신들의 사료와 송어들이 바다로 흘러가거나 상어 떼에 납치되지 않도록 법의 그물망을 쳐달라고 법의 여신에게 청원했다.

눈을 가린 법의 여신은 소리바다를 못보았기에 일단 양식업자의 청을 들어 바다와 강이 만나는 구역에 상어가 지나가지 못하게 법의 망을 쳐주었다.

소리바다 물고기들은 당황하여 그물 앞에 와서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으나 그들은 종전처럼 닫힌 강에 있지 않고 열린 바다에 있음을 깨달았다. 양식업자의 강으로 통하는 다른 나라의 강으로 역류해간 그들은 다시금 예전처럼 양식업자의 사료와 송어들을 바다로 유입시킬 수 있었고 법의 망보다 작은 크기의 메신저 물고기들은 이를 뚫고 그물크기 보다 작은 사료를 물어와 다시금 번식시킬 수 있었다.

소리바다와 강과의 관계를 고민한 양측 리더 중에는 그물을 통과할 때마다 일정 요금을 걷어 양식업자에게 주자는 의견, 사료와 송어의 표면을 딱딱하게 만들어 특수한 이빨을 사간 물고기만 이를 먹을 수 있게 하자는 의견, 이제는 소리바다에 물고기 개체수가 늘어난 만큼 강으로부터 유입되는 사료(양식업자의 것과 자연의 것이 혼재된)에 의존하지만 말고 자생적으로 바다 내에서 먹이사슬을 돌릴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고 그 순간에도 세계의 오프라인 강 속 사료들은 소리바다 류의 디지털 바다로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 이름은 철갑상어

바다와 강사이에 법의 망이 놓여진지 한 달이 지나자 잠잠했던 바다 속 화산이 터지면서 물고기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종전에 민물과 바다를 오가던 물고기들이 에너지를 받아 철갑을 몸에 두르게 된 것이었다.

이제 그들은 철갑상어가 되었고, 따라서 상어를 막기 위한 그물을 통과하면서 '나 상어 아냐, 내 이름은 철갑상어'라며 말을 하였다.(참고: 실제로도 철갑상어는 외견상 상어와 비슷할 뿐 상어과에 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연어와 비슷하게 바다와 강을 오가며 강에다 알을 낳는 회유어종임)

양식업자들은 이제 철갑상어도 상어라고 주장할 것인가의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종래 법의 여신에 따르면 상어는 포악한 어종이라 그물로 막아 주지만 철갑상어는 붕어, 송사리와 같은 순한 어종으로 분류되어 법의 여신도 쉽사리 나서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식업자들은 사료와 송어에 강한 집착을 하면서 철갑상어가 역류해 오는 것을 기어이 막고자 하고 있고, 철갑을 두른 옛 강고기들은 자유로이 강 숲을 헤치며 양식업자들의 기존 어장을 파헤치며 사료를 먹고 있다. 이런 둘간의 앙숙관계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하는 걸까?

캐비어! 공존의 희망

필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양식업자측은 강물은 강물을 거쳐 바다로 흐르게 되어있다는 점, 철갑상어가 그들이 오해하듯 상어는 아니라는 점, 그래서 그들의 몸 속에는 송어/상어에는 없는 캐비어라는 값진 알이 담겨져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당장 알 하나 하나는 눈에 안 들어오고 큰 덩치의 송어만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캐비어가 갖는 투자가치를 속히 깨닫기 바란다.

그리고 철갑상어측은 그들의 몸 속의 캐비어를 양식업자에게 내어줌으로써 그들이 공급하는 사료를 강 및 바다에서 불려 먹는데 대한 양해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소리바다에는 수만 유저들의 진솔하게 평가한 가요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한다. 소리바다측은 음반업자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함과 아울러 소리바다 내에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장착할 수 있도록 MS사처럼 관련 소스를 공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법의 여신도 이제 눈을 가린 안대를 떼내야 한다. 바다가 없던 시절 태어난 여신은 철갑상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을 열고 바다를 보고 그리고 나서 칼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녀의 도마 위에 올려진 고기가 송어를 죽이는 상어인지 캐비어를 품은 철갑상어인지를.

"아아! 내가 경솔하였다, 저것이 바다란 것이고 이것은 상어가 아니라 철갑상어로구나. 그 맛좋고 고귀한 캐비어라니 나 또한 어서 맛보고 싶구나. 그래 바다를 막은 그물은 사라져라.

강물이 이를 허물기 전에, 그리고 철갑상어여! 너도 강에서 태어나 자라고 바다로 간 이상 성장과 자유의 대가로서 네가 품은 캐비어를 기꺼이 제물로 바칠 지어다. (이때 여신은 정의의 칼로 캐비어를 조심스레 꺼내고 다시 철갑상어를 바다로 살려 보낸다) 양식업자여 그대는 캐비어 요리를 할 줄 아는가? 이제 송어요리는 질리도다..."

송어 양식업자들이 훨씬 더 고가의 부가가치를 낳는 철갑상어 양식업자로 업종을 전환하여, 캐비어 요리, 캐비어 건강보조식품, 철갑상어 수족관을 운영하게 되어 철갑상어와 양식업자 모두를 위한 정의를 세울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화를 맺으려 한다.

물론 철갑상어 양식은 손쉬운 것이 아니라 바다와 강의 흐름을 읽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양식업자만이 성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본 우화를 통해 송어/상어의 이분법을 넘어 철갑상어를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한국 음반업계가 온라인 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이 되길 진지하게 바란다.

/윤웅기 군법무관(인터넷법 전문 사이트 www.lovol.net 운영자) cyber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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