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뷰]갤럭시 기어, 정말 최악의 제품일까?


“아무도 갤럭시기어를 사지 않을 것이다. 또 사서도 안 된다.”

갤럭시 기어 출시 직후 뉴욕타임스가 내린 혹평이다. 소프트웨어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이 대재앙 수준이란 게 뉴욕타임스의 평가였다. 돌직구도 이런 돌직구가 없었다.

잘 아는 것처럼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 시계 시장 선도’란 삼성의 야심이 짙게 배어 있는 제품이다. 뉴욕타임스의 혹평은 삼성에겐 엄청나게 자존심 상하는 평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직접 써보고 판단해보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의 평가대로 갤럭시 기어가 정말 최악의 제품인지를. 오랜 시간 사용해보고 점검해본 소감은 "절대 그렇진 않다"는 것이다. 개선할 점은 많이 보였지만, 그래도 쓸만한 제품인 건 분명했다.

글| 김현주 기자 hannie@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1. 디자인 / 크기

갤럭시 기어를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크진 않다. 그렇다고 손에 착 감길 정도로 작은 편도 아니다. 여성들의 얇은 손목을 다 가릴 정도 크기다. 이 제품은 1.63인치 디스플레이에 무게는 73g다. 일반적인 시계보다 무게가 적거나 비슷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설명. 하지만 실제로 차보면 묵직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본체 두께도 11.1mm로 상당한 편.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다소 두껍다. 갤럭시 노트3(8.3mm) 정도만 돼도 두껍지 않다고 느낄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화면 네 모서리 부근에 나사 4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조여진 방향이 전부 다르다. 갤럭시 기어 디자이너들이 다소 터프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걸까? 하지만 제품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최근 삼성이 휘어진 디스플레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휘어진 디스플레이가 정말 강점을 나타내는 쪽은 바로 시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휘어진 화면을 적용하게 되면 스마트 시계의 디자인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2. UI / 사용성

갤럭시 기어를 처음 접하면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조금만 만지다보면 이내 익숙해진다.

갤럭시기어는 평소엔 화면이 꺼져 있다. 대신 팔을 들거나 움직이게 되면 켜지면서 시간을 표시해준다.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팔을 움직인 뒤 화면에 시간이 표시될 때까지 너무 많이 지연된다는 것. 하지만 실제 써 본 결과 그 정도는 아니었다. 최소한 시계 기능은 제대로 하는 듯 했다.

시계가 나온 상태에서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여봤다. 아래로 내리니까 카메라, 위로 쓸어 올릴 땐 전화걸기 화면이 나온다. 이 부분은 꽤 유용했다. 카메라로 촬영한 직후 화면을 왼쪽으로 쓸어오는 동작을 하면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으로 밀면 메뉴로 넘어간다. 오른쪽으로 한번 밀면 '알림', 한번 더 밀면 'S보이스'가 나오는 식이다. 삼성은 작은 시계 화면을 고려해 한 페이지당 하나의 메뉴만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UI를 추구한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앱을 찾기까지 몇 번이고 페이지를 넘겨야 해서 불편하다. 메뉴 순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정할 수 있다. 배경이나 사용자 메뉴 디자인 등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원하거나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사람을 위해 적어도 몇 개 디자인을 제공했어야 했다.

3. 기능

“그걸로 뭘 할 수 있냐?” 갤럭시 기어 차고 다니는 걸 본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긴 부분이다.

우선 문자를 주고 받거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물론 갤럭시 기어에 통신 기능은 없다. 블루투스를 통해 갤럭시노트3에서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전화는 스피커폰이다. 그러다보니 통화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린다. 승용차 안 같은 개인공간이 아닐 경우엔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갤럭시기어에 입을 갖다 댈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로 통화해도 된다.

오는 전화를 놓치는 경우가 없어 편리했다. 중요한 전화를 받아야하는 경우에는 더욱 유용했다. 전화가 온 것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갤럭시 기어가 알려줘서 받을 수 있었던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문자 확인할 때도 편리했다. 폰을 만지기 불편한 자리에 참석했을 경우, 문자가 왔을 때 시계로 바로 확인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었다.

전화, 문자, 알람 등은 음성인식 기능 'S보이스'로도 조작할 수 있다. 간단한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정도라면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반응속도가 크게 빠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190만 화소 카메라와 음성녹음 기능은 시계 특성상 도촬, 도청에 적절할 듯 싶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촬영 시 소리가 난다. 녹음을 할 때는 화면이 꺼지지 않는다. 촬영한 사진과 녹음파일은 버튼 한번만 누르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향후 페이스북이나 개인 웹하드에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 편리할 듯하다.

4. 앱 생태계

갤럭시 기어에 기본 탑재돼 있는 만보계 앱은 상당히 유용했다. 시계는 늘 손목에 차고 다니기 때문에 걸음 수 체크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만보계에 자동으로 저장된 데이터를 터치 두 번으로 'S헬스' 앱에 보내 운동량을 관리할 수 있다. S헬스가 제공하는 음식관리 기능인 '푸드트래커'도 함께 사용하면 더욱 최적화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외부 앱이다. 아직까지 갤럭시 기어에서 쓸 수 있는 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운받는 게 의미있는 지 의심스러운 앱도 있었다.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등의 앱은 푸시 알림만 해주는 간단한 기능만 갖고 있다. 메시지를 볼 수 있지만 보낼 수는 없다. 단체 카톡방이 활성화돼 있을 때 손목에 진동이 계속 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SMS는 용건만 보내지만 카카오톡은 채팅 방식이어서 메시지 양이 많기 때문이다.

앱들이 초기이다 보니 최적화가 미흡해 오류가 뜨는 경우가 많았다. '라인'의 경우 푸시 알람 오류가 잦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FBQuickview(페이스북 퀵뷰)의 경우 아래위 스크롤이 자유롭지 않았다. '스마트릴레이(폰에서 콘텐츠를 이어보기 기능)'는 잘 구동하는데 '좋아요'를 누를 때 에러가 발생하는 등 자잘한 에러가 발생했다.

5. 배터리

갤럭시 기어 차고 다닌 첫 날부터 사흘 동안은 배터리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기기와 친해지려 자주 만지다보니 아침에 100% 충전해도 저녁 10시만 돼도 방전됐다. 나흘 째부터는 카톡과 라인, 연합뉴스 알람을 끄고 다녔다. 또 일부러 자주 만지지도 않았더니 밤 12시 넘어서 잠들 때까지 방전되는 일은 없었다. 전화, 문자, SNS 등 푸시가 자주오거나 카메라를 자주 구동시키면 그만큼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연동된 갤럭시노트3와 자주 멀리 떨어질 경우 배터리가 급속도로 빨리 닳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갤럭시 기어와 스마트폰은 약 10m 거리까지 연동을 지원한다.

종합해보면 일상적인 사용 시 갤럭시기어 배터리는 하루를 버티는 정도이며, 다음날 까지 사용하기는 무리다. 자기 전에 충전해야 다음 날 무리없이 사용한다. 매우 귀찮은 게 사실이다. 이는 갤럭시기어 판매 확대에 가장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걸림돌이다. 판매가는 39만6천원. 최근 약 1만원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좀 처럼 가격이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6. 총평

진득하게 '갤럭시기어'를 사용해본 결과, 폰을 사용할 수 없거나 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 매우 유용했다. 갤럭시기어를 사용하면 적어도 전화, 문자를 놓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반면 각종 앱들이 부족한 점은 많이 아쉽다. 삼성이 제공하는 기본 앱이 가장 쓸 만한 정도다. 그만큼 활용도가 떨어진단 얘기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면 점차 해결될 것이다. GPS를 이용한 쿠폰, 지역정보 앱이 활성화되고 건강관리 기능 등이 확장될 경우 갤럭시기어를 비롯 시계 디바이스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도 추가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대신 전화, 문자를 받고 사진을 찍어서 폰에 보내는 정도 기능으론 다소 부족하다. 내부 디자인 변경이 어렵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갤럭시기어는 뉴욕타임스 평가대로 최악의 제품은 절대 아니다. 분명 쓸 만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기능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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