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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 신윤식, 하나로통신, 그리고 통신시장


 

하나로통신의 '6년 신윤식 체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신 회장의 마지막 떠나가는 모습은 자진사퇴의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지금껏 LG 등 '거부세력'들과 극심한 마찰, 갈등을 빚었지요.

하나로통신의 대주주인 LG그룹은 하나로통신의 경영실패와 외자유치 실패를 이유로 신 회장의 재임을 반대했습니다. 또 신 회장이 퇴임사를 통해 밝힌 대로 정치권의 '입김'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통신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넘기면 자본투자하겠다는 의향을 가진 외국 투자가들에 맞서서 신윤식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자유치를 막았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정치권에서는 당연히 신 회장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LG와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국내·외의 혼란과 북핵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에 들어와 있던 외국자본들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만일 신 회장이 들어오겠다는 외자마저 물리쳤다면 계속 경영을 맡겨서는 안되겠다"는게 이들의 논리였습니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의 거취 문제을 두고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가 심각하게 벌어졌습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여당의 주요 당직자들에게 신 회장이 외자유치를 막은 것이 아님을 설명하느라고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신 회장의 재임을 둘러싼 많은 논란들이 진행되면서 신 회장을 깎아내리는 말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튼, 이날 주총에서 사퇴함으로써 신윤식 회장은 지난 6년간 자신이 공들여 낳고 키워온 하나로통신을 등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국내 통신서비스산업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신 회장은 과거 체신부 차관을 지내고 데이콤 사장을 지냈습니다.

데이콤 사장 시절 국내 유선통신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쟁도입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 국제전화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신 회장은 통신서비스 시장 경쟁도입론자입니다. 국제전화 시장 경쟁도입을 역설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시외전화 시장 경쟁도 추진했지요. 또 데이콤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시내전화 시장에도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창, 하나로통신의 설립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로통신을 설립한 이후에는 음성 시내전화 시장의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 국내에서 처음으로 ADSL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신 회장이야 말로 세계 일류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라고 평가합니다.

지난 99년 당시 KT가 ISDN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시절, 후발사업자로서 ADSL시장을 만들고 경쟁을 시작하면서 KT의 ADSL시장 참여를 유인했다는 겁니다. 결국 100년간 지속된 'KT 독점 유선통신 시장'을 경쟁으로 전환해낸 것입니다.

또 신 회장은 지난 2001년 '국내 통신시장 3강 재편론'을 제기, 한동안 통신시장의 판도를 3강으로 이끌어가도록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신 회장의 퇴임을 두고 하나로통신과 통신업계 일각에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신 회장은 후발사업자 입장에서 통신시장의 경쟁 도입의 전략과, 이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최근 통신시장의 포화로 시장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런 큰 인물을 잃는다는 것이 하나로통신으로서는 큰 손실일 수 있다는 거지요.

신 회장은 퇴임 며칠전 "이제 통신시장을 떠나면 콘텐츠사업을 하고 싶다"고 작은 희망을 밝혔습니다. 사실 신 회장은 지난 2년간 하나로통신보다는 하나로드림에 더 많은 열정을 기울였습니다.

통신업계의 '노장' 신윤식 회장이 자신이 희망하는 '콘텐츠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번 대표이사 재임건으로 상처를 입었을 통신산업의 '노장'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은 '손실'이라는 시각도 통신업계 일각에는 있는 듯 합니다. 노장이 사라지지 않고, '재기'하게 될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만한 일입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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