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는 미국이 군용으로 사용하던 통신기술이기 때문에 유럽의 이동통신방식인 GSM보다 보안 기능이 우수합니다. 국민들은 안심하고 CDMA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정보통신부가 휴대폰의 도·감청에 대해 공식, 비공식으로 되풀이해왔던 말이다.
그러나 16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휴대폰 도·감청에 대한 정통부 입장발표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이 같은 말은 모두 의미가 없게 됐다.
도·감청을 하겠다고 결정하기만 하면 굳이 복잡하게 CDMA 무선 주파수를 수신하는 설비를 개발할 필요 없이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국 200여 개의 이동교환기(MSC)에 간단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기능 업그레이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까지 정통부의 "CDMA는 도·감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이날 발표처럼 "모든 통신은 기본적으로 감청이 가능하다"란 사태의 본질을 흐려왔던 주장이란 게 드러난 셈이다.
◆ 국정원 불법 감청 실태에 대한 정통부 조사
정통부는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 국가정보원이 지난 5일 "휴대폰도 도청을 했다"고 시인하자 휴대폰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밝혔다.
진대제 장관은 이 같은 자문 결과, 국정원의 발표대로 '유선 중계통신망 감청장비'를 자체 제작해 98년 5월부터 2002년 3월까지 불법 감청에 사용했다는 것은 "교환기 접속회선 가운데 일부 회선에 연결될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건물 외부의 광선로 유선중계구간은 광신호여서 접속 자체가 어렵고 수많은 디지털 음성신호가 동시에 전송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특정 전화만 분리하는 것이 어렵지만 전기신호를 사용하는 교환기 접속회선과 연결될 경우 유선 중계구간에서 도·감청이 가능하다는 것.
진대제 장관은 "국정원 발표대로 국가 정보기관이 합법적인 감청을 하던 과정에서 예외적으로 불법 감청이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무선 구간의 경우 국정원은 1996년 디지털 휴대폰이 상용화되면서 기존 아날로그 감청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를 1999년 12월 자체 개발해 2002년 3월까지 사용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진대제 장관은 "국가기관 이외에서 무선구간의 불법 감청장비를 개발 및 도입하거나 운용할 수 있는 주체는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다수의 전문인력과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국정원 등의 정부기관은 휴대폰 불법 감청장비를 개발 및 도입할 수 있어도, 기타 단체나 민간에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진대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국가정보기관의 휴대폰 불법 감청장비 개발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정통부 조동호 박사(정통부 이동통신 분야 PM)은 국정원의 유선중계구간 불법 감청에 대해 "국정원이 개발한 감청장비는 공항과 항만 관문교환기 쪽 회선에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가 설명했다.
이밖에 불법복제 단말기에 대해서도 진대제 장관은 "불법복제 단말기에 대해 지난 2003년 9월부터 다양하게 단속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정통부의 '이동전화 안전성 제고 대책'
진대제 장관은 이 같은 유·무선 구간의 불법 감청 가능성에 대한 대책도 이날 발표했다.
우선, 유선중계구간의 경우 정통부에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환기가 있는 제한시설에 대한 관리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불법적인 협조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무선구간의 경우, 정통부는 개인별 통화를 암호화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음성암호화부호(Private Long Code)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CDMA시스템에서는 사용자 휴대폰의 전자적고유번호(ESN)만 알면 첨단 암호분석 기술을 이용해 통화 내용을 추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복제가 불가능한 암호 키를 휴대폰에 내장하고, 그 암호를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통화내용을 암호화함으로써 불법적인 도청을 막겠다는 것이다.
진대제 장관은 "이를 위해서는 이통사들의 시스템 개선 및 복제 불가능한 암호키가 내장된 휴대폰이 필요하다"며 "휴대폰의 경우 올해 3월 이후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 이 같은 암호키가 내장돼 있으며, 시스템의 경우 내년 말까지 이통사들이 시스템 개선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진대제 장관은 불법 도청장비에 대한 단속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일반 국민이 간편하게 불법 도청장비의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휴대형 도청탐지장치를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태의 본질은 휴대폰 도·감청 여부 아니다"…각계 반응
진대제 장관의 '이동전화 안전성 제고 대책’에 대해 시민단체와 이통사 등은 "사태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에서는 "과거 정통부의 발표와 다른 점이 있어 눈에 띈다"며 "휴대폰은 도·감청이 되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정통부의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정통부는 "휴대폰은 첨단 기술이어서 도·감청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니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정통부의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휴대폰의 경우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의 무선 구간이 아니라 기지국을 통해 유선으로 들어오는 이동교환기(MSC)란 유선구간에서는 감청이 가능해, 결국 통화 내용을 도·감청 하는 것은 유선이냐 무선이냐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게 됐다는 것.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은 모든 통신은 감청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정통부는 '휴대폰의 도·감청 이슈'에만 매달려왔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에서는 정통부가 휴대형 도청탐지장치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불법도청장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청탐지장치까지 갖고 다녀야 하냐"며 "정부의 발표가 졸속으로 이루어진 느낌"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윤휘종기자 yh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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