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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간·로봇 조화 목표"…'카페봇' 성수점 가보니


'자판기' 아니라 '로봇크루'…"사람과 로봇 공존 보여줘 시장 키울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로봇이 불러온 파도가 식음료 업계에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달콤커피 '비트'가 타 주는 커피를 마시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며, 콘셉트 또한 다양하게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제는 로봇이 비대면과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하는 '고성능 자판기'를 넘어 '동료'의 위치도 넘보고 있다.

7일 서울 성수역 인근 공방 거리에 위치한 '카페봇' 1호점을 찾았다. 성수역 2번 출구로 나와 소규모 공장이 모여 있는 거리를 잠시 걷자 과거 성수역의 풍경을 그대로 남겨둔 듯한 낡은 폐공장 건물과 성수동의 모습을 반사하는 볼록 거울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이 나타났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것 같은 '카페봇' 1호점 외관. [사진=이현석기자]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것 같은 '카페봇' 1호점 외관. [사진=이현석기자]

내부로 들어서자 한쪽 벽 전체를 채우고 있는 미디어 아트가 한 눈에 들어오고, 심플하고 미래적 디자인이 적용된 가구들이 비치돼 있는 100평 규모의 매장이 나타난다. 시즌별로 변경되는 미디어 아트의 이번 시즌 테마인 '핑크 라군'은 멕시코 칸쿤의 모습을 카페로 고스란히 담아내 핑크색 바다와 에머랄드 빛 하늘의 묘한 조화를 가진 공간을 구현해 내고 있었다.

'카페봇'은 자동화 로봇 전문 기업 티로보틱스와 미디어 기반 콘텐츠 기업 디스트릭트홀딩스의 감성이 융합돼 탄생한 공간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로봇 카페가 비대면 콘셉트를 지향해 온 것과 달리 사람과 로봇의 공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종필 티로보틱스 부사장은 "'카페봇'은 자판기가 아니라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인간에 비해 비교 우위가 있는 카페 업무의 일부를 로봇이 담당하고, 인간이 우위에 있는 일은 인간이 하는 식의 분업이 이뤄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부사장은 '카페봇'을 인간과 로봇의 공존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이현석기자]
천 부사장은 '카페봇'을 인간과 로봇의 공존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이현석기자]

실제 매장 카운터에는 서너 명의 직원들과 함께 드립커피를 추출하는 '드립봇', 케이크 위에 그림을 그리는 '디저트봇', 칵테일과 음료를 제작하는 '드링크봇' 등 3대의 '로봇 크루'가 비치돼 나름의 '업무 분담'을 이루고 있었다.

'드립봇'은 인간 바리스타 대비 커피의 물 온도와 드립 알고리즘이 정확한 것이 장점이다. 수관을 로봇팔과 일체화하고,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6잔 동시 추출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등 인간 대비 높은 효율성을 가지고 있어 1잔 추출에 3분, 3잔 추출에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디저트봇' 또한 다양한 도면을 케이크 위에 빠르고 정확하게 그려내며, '드링크봇'도 마찬가지로 네 종류의 칵테일을 사람 대비 빠르고 정확한 비율로 만들어내며, 셀프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휴먼크루' 들은 주문, 서빙 고객응대 등을 담당하며 로봇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천 부사장은 "’로봇크루'는 인간보다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파트를 담당하게 된다다"며 "카페 제반 운영은 직원들이 담당하도록 해 인간과 로봇의 조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로봇크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카페봇' 직원들. [사진=이현석기자]
'로봇크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카페봇' 직원들. [사진=이현석기자]

이 같은 '카페봇'의 콘셉트는 '로봇크루'가 별도 칸막이 구분 없이 인간과 함께 호흡하며 일하도록 구성된 작업 공간 배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사람이 살짝만 건드려도 '로봇크루'의 동작이 바로 멈출 수 있도록 설계해 안전한 공존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천 부사장은 이와 함께 '카페봇'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에도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염두에 두었다고 강조했다. 임대료 등 현실적 이유도 고려했지만, 티로보틱스가 산업용 로봇을 주로 생산해 왔고 이 로봇들을 사용하는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성수역 인근이야말로 '카페봇'이 첫 발을 떼기 적합한 곳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어 '카페봇'을 별도의 사업으로 키워 나가기보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을 통해 로봇에 대한 사람의 거부감을 없애는 상징적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이를 통해 로봇 산업 시장을 키워 나감과 함께, 티로보틱스도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로봇크루'에 관심을 가지는 곳이 나타난다면 별도 판매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내비쳤다.

천 부사장은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적 로봇 회사들에 비해 국내 100여 개 로봇 생산 회사들 중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카페봇'을 통해 로봇에 친근함을 느끼도록 해 시장을 성장시키고, 티로보틱스가 시장 선두 업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봇' 매장 내부 전경. [사진=이현석기자]
'카페봇' 매장 내부 전경. [사진=이현석기자]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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