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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못말린 韓 명품병…샤넬價 인상 소식에 긴 줄


수시로 가격 인상해도 명품 매출 쑥…'베블렌 효과'덕에 업체는 '배짱'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인의 명품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오는 14일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 백화점 명품 매장이 들썩이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에선 개장 전부터 '샤넬'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인상설'에 편승해 중고시장에서 웃돈을 얹어 되팔기까지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지난 12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13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 인상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요일 대비 두 자릿수 오르며 '코로나19' 직격타를 피해 갔다. 각 백화점별 명품 매출 신장률은 롯데가 31%, 현대가 31.8%, 신세계가 78%, 갤러리아가 37%를 기록했다.

이는 '샤넬' 가격 인상 소식에 따라 고객들이 한꺼번에 백화점 매장으로 몰려든 영향이 컸다. 이날 오전 역시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개장 전임에도 200명이 넘게 줄을 섰고, 현대백화점 본점·대구점에서 200~300명,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40여 명,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70여 팀이 대기하는 등 곳곳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장사진을 이뤘다. 또 '코로나19' 사태에 감염 우려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많은 이들과 함께 줄을 서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에 방문한 한 고객은 "오전 11시 45분에 왔음에도 대기 인원이 192명이나 됐다"며 "휴가를 내고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11시 40분경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12일 오전 11시 40분경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정작 샤넬코리아는 오는 14일 가격 인상을 할 지에 대해 백화점 매장이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 10일 샤넬 한국 홈페이지의 가격 정보가 삭제된 데다 11일에는 유럽 현지에서 가격을 최고 17% 인상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 인상설이 번진 것이 이번 사태의 화근이 됐다. 업계에선 국내 제품 가격 인상률이 최대 20%까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로 인해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샤넬'만 신났다. '샤넬'이 입점한 주요 백화점 매장에선 이미 인기 제품인 클래식백이나 보이백 등은 구하기 어려운 상태로, 이를 사려는 고객들의 구매 문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제품 라인, 인상률, 재고량 등과 관련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제품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명품 구입 전쟁이 또 다시 재현되자 일각에선 명품업체들의 베짱영업을 문제 삼았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국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명품업체들의 이 같은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뜬금없이 올리고 늑장 AS로 한국 소비자를 무시해도 명품 판매량이 줄기는커녕 되레 늘어나는 걸 보면 한국 소비자들이 '봉' 노릇을 자처하는 꼴"이라며 "한국 소비자가 글로벌 호갱이라는 비아냥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고 일침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또 국내 소비자들의 과도한 명품 소유욕을 악용한 명품 업체들이 수시로 가격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국내에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지난 2011년 명품 업체가 입점된 백화점, 면세점 등에 대해서만 수수료 조사에 나섰을 뿐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적은 없다. 또 명품 시장이 어떻게 형성돼 있고 어떤 사업자들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지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은 사업자가 시장 경제 논리 안에서 책정하는 문제이지, 공정위에서 규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우리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고 판단됐을 때만 독점력을 남용해 폭리를 취했는지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글로벌 명품들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백화점을 대상으로 명품업체들이 과도한 인테리어비를 떠넘기거나 끼워 팔기 등을 통해 시장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를 벌이는 것은 이미 한 두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격 인상 강행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올해에만 티파니·프라다·루이 비통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렸다. 특히 루이 비통은 지난해 4월, 11월, 올해 3월에도 가격 인상을 해놓고 이달 5일에 핸드백, 의류 등의 가격을 최고 10% 올렸다. 셀린느 역시 이달 중순 3~6%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샤넬'은 2018년에만 가방 제품 가격을 3번이나 올렸다. 또 이번에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7개월 만에 가격 인상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일반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이 급감한 반면, 명품만 매출이 오르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충성도는 높은 편"이라며 "명품 브랜드들이 5월에 한꺼번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한국에선 가격을 올려도 살 사람은 살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베짱을 부린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명품으로 보상소비가 몰리고 있는 것이 명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구찌 등 일부 명품 매장에는 이달 초 황금연휴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30~40분씩 줄을 서서 매장에 입장하는 모습이 종종 연출됐다. 덕분에 이 기간 동안 명품 매출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황금연휴와 선물 수요로 2~3월에 억눌렸던 보상소비가 시작되며 명품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명품업체들이 이 같은 분위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 매장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 매장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샤테크(샤넬+재테크)'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등에는 '샤넬'의 인기 제품들이 기존 가격보다 수십 만 원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이 날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명품 업체들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며 배를 불리고 있다. 디올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3.1% 증가한 1천868억5천4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동기 대비 51.8% 늘어난 96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명품 빅5 브랜드인 샤넬과 루이뷔통, 에르메스, 프라다, 구찌 등은 법인형태를 유한회사로 설립하거나 일부러 전환해 국내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이 유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 2012년 유한회사로 전환됐고, 샤넬과 에르메스는 처음부터 유한회사로 한국에 직진출했다. 구찌코리아는 2014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매년 수시로 올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유한회사로 등록돼 재무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외감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이들도 올해 실적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유한회사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법망을 다시 피해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본사에 배당을 얼마나 하는 지 알 길이 없는 상태"라며 "한국 시장에서 '베블렌 효과'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들의 잦은 가격 인상 움직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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