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602개 면적 태운 '산청 산불' 213시간 만에 꺼졌다

[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시작해 열흘간 하동군과 진주시, 지리산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이 발생 213시간에 진화됐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30일 오후 산불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해 하동군까지 확산된 산불의 모든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면적은 1858헥타르(ha)로 축구장 2602개 정도의 넓이다. 산청 지역 1158ha, 하동 지역 700ha다.

산림당국은 산불이 장기화된 원인으로 지리산의 특수한 지형과 기상 여건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리산은 해발 고도가 높고 깊은 계곡이 많아 하루에도 바람 방향이 수시로 변하고 순간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 발생 당일인 지난 21일에는 초속 13.4m에 이르는 강풍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됐으며, 다음날에는 다른 능선으로 비화해 인근 하동과 지리산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장 지형의 특성상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이 있어 헬기로 물을 투하해도 낙엽층 아래 불씨가 남아 산불이 재발화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산불 현장이 해발 900m 높은 봉우리에 위치해 임도가 없고, 밀도 높은 덤불과 풀로 인해 진화 인력 투입에도 어려움이 컸다.

또 산불로 인한 연기와 안개가 섞인 연무로 산불진화헬기 운영에도 난항이 따랐다.

산불 진화를 위해 55대의 헬기가 투입됐으며, 군·경찰·소방·국립공원공단과 다른 지자체에서도 헬기와 인력을 지원했다.

특히 주한미군은 치누크(CH-47) 기종을 포함한 수십 대의 헬기가 수시로 투입되면서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산불이 장기화하며 인명·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진화작업 중 불길에 고립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재민은 총 2158명이며 주택 28곳, 공장 2곳, 종교시설 2곳 등 시설 84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날 주불 진화 완료에 따라 지자체 중심의 잔불진화 체계로 전환했다.

이에 잔불진화 지원을 위해 총 40대의 헬기가 투입된다.

산림당국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인력과 고성능산불진화차 등 장비로 잔불진화를 지원한다.

광역·지자체도 산불로 인한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선다.

경상남도와 산청군, 하동군은 협의해 피해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무엇보다 인명과 주요시설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고인과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위로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에도 산불 발생 위험이 있는 만큼 긴장감을 놓지 않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림청은 5월 중순까지 봄철 산불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지자체·유관기관과 함께 산불예방과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